부제: 정치적 독점의 변형 연구
저자: 조희연 편
출판일: 2008-04-28
복합적 갈등 속의 아시아 민주주의: ‘정치적 독점’의 변형 연구 The Multi-Layered Conflict of Democratization in Asia: A Study on Transformation of 'the Political Monopoly'
표제/저자사항복합적 갈등 속의 아시아 민주주의: ‘정치적 독점’의 변형 연구 The Multi-Layered Conflict of Democratization in Asia: A Study on Transformation of 'the Political Monopoly' / 조희연
발행사항파주: 한울, 2008
표준번호/부호ISBN 9788946050174UCI G701:B-00099756917
*책소개
이 책은 많은 아시아 나라들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도정에 오른 반면, 아직까지 시장권력과 자본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포획되어 있다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를 분석하기 위한 개념틀로서 우선 정치적 독점을 중심으로 하여 아시아의 여러 실제 사례들을 ‘정치적 신과두제(new oligarchy)’와 정치적 ‘포스트-과두제(post-oligarchy)’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타이, 대만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현실적 경험들을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이며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이다.
저자 : 박윤철 외
박윤철: 호서대 중국학과 교수이다.
박승우: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이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정치학과 교수이다.
이홍균: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교수이다.
허성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교수이다.
*목차
책을 내면서 : 아시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에 대한 비교사회적 연구
제1장(총론) ‘다층적인 탈독점화 과정’으로서의 민주화와 그 아시아적 유형
제2장 대만의 정치사회적 독점구조의 균열과 변형
제3장 필리핀의 과두제 민주주의
제4장 타이 민주주의의 전환
제5장 독일과 일본의 정치적 독점 해체 과정에 대한 비교 연구
제6장 아시아 민주주의와 젠더 정치학의 복합적 관계
관련 자료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Democracy and Social Movements Institute: DaSMI)
한국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사회운동, 시민사회, NGO, NPO 등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2003년 성공회대학교 내에 설립된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는 그동안 다양한 학술적·실천적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그 결과물을 단행본과 보고서로 발간하고 있다. 현재는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로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 아시아 민주주의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0명의 연구교수가 여러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민사회 포럼’과 ‘민/운/연 포럼’ 등 다양한 학술적·실천적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산하에 민주자료관과 사이버NGO자료관이 있다.
‘민주자료관(http://demos-archives.or.kr)’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진보운동, 시민운동, 아시아 사회운동 등에 관련된 문건이나 물건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이버NGO자료관’은 다양한 사회운동 및 NGO에 관련된 자료와 정보들을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한글 사이트(http://www. demos.or.kr)와 영문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자료를 서비스하는 사이트(http://www.asiarchives.org)를 운영한다. 연구소는 NGO대학원이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운동대학원과정, 즉 MAINS(Master of Arts in Inter-Asia NGO Studies)의 운영에도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http://www.democracy.or.kr | democrach@skhu.ac.kr
*출판사 리뷰
한국 민주주의학과 아시아 민주주의학을 향한 새로운 시도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교사회적’ 연구
- ‘소수자론적 관점’에서 재정립한 ‘다수자 민주주의론’
민주정부 10년의 종식, 그리고 민주화 20년으로부터의 전환점에 선 민주주의 재검토
: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旅程)이 아직 남아 있는가”
문민정부에서 국민정부로 가는 길목에서 최장집 교수의 『한국민주주의의 이론』이 우리에게 주었던 함의, 나아가 국민정부에서 참여정부로 가는 길목에 그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주었던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이 많이 남아 있음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들은 이 책을 통해 최장집 교수와는 다른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이론적·경험적으로 말하고 있다.
혹자는 이제 87년 민주화 20년 동안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가 실현되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과잉’ 상태에 있다고 보기도 한다. 민주화 20년이 되는 2008년, 한국 사회가 이른바 ‘신보수 정권시대’로 전환하게 되면서 투명성, 도덕성, 개혁, 사회적 권리 등을 포괄하는 민주주의 개념은 이제 한물간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는 1997년과 2002년 정권 교체 시에도 민주주의의 의미를 물었던 적이 있다. ‘과잉민주주의’가 운위되는 시점에 과연 민주주의는 여전히 가슴 설레게 하는 ‘불온한’ 언어일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필자들은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의 응답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함의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평에서, 급진적으로 확장할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필자들의 연구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민주주의론의 급진적 심화’를 위한 작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복합적 갈등’이라는 개념
필자들이 제시하는 ‘복합적 갈등’이라는 개념은 ‘현실과 괴리된 기대’가 번번이 배반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민주화는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분출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민주화 과정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토피아적 과정이 아닐뿐더러 일거에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기보다는 다종다양한 갈등을 수반하기에, 노정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임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단초로 삼되 이를 넘어서려는 시도
민주화 연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필자들의 연구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들은 최장집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론에서 중시하고 있는 ‘정당정치의 정상화’와 같은 쟁점들을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화 과정에 수반되는 ‘복합적인 구조적 갈등의 일부’로 보며, 이러한 인식의 대립각을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문제의 진단, 연구 대상, 해법에 있어서 기존의 연구와 궤를 달리하기에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수자 통치’로서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소수자 민주주의론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수자 통치’이다. 로버트 달(R. Dahl)의 민주주의론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선호(preferences)를 왜곡하지 않는 자유선거 실시, 이를 기초로 하여 엘리트들 간 다원적 경쟁을 보장하는 체제이다. 이에 따르면 독재란 위로부터의 동원과 억압을 통해 다수 선호와 지지 성향을 왜곡하는 체제였고, 당연히 민주화는 왜곡과 억압을 극복하고 자유선거를 통해 다수 선호와 지지에 부응하는 ‘공정한 다수자 통치’를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둔 정치변동 과정이 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민주주의는 물론 현실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수자 민주주의’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배제와 불평등, 차별이 공존해왔다.
소수자, 약자, 사회경제적 하위주체의 지위를 부여받은 존재들의 요구와 이해는 독재하에서 폭력적 방식으로 억압되었다. 이와 달리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의 억압적 통합은 약화되고, 제한적이나마 각 집단들이 자신들의 요구와 이해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출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새롭게 분출한 요구와 이해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적 형식 속에서 수용되는지 여부이다. 이들 요구와 이해가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공간에서 수용되지 않을 때, ‘우파 민중주의’나 ‘좌파 민중주의’의 기치 아래 동원되어 여과되지 않은 채 표출된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소수자의 언로 확보와 이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을 ‘다수자 민주주의의 소수자론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독점 복합체’로서의 독재와 ‘다층적인 탈독점화’ 과정으로서의 민주화
필자들은 소수자의 배제와 차별, 불평등을 분리해 분석하기보다는, 이를 양산해내는 다수자적 기득권 구조를 ‘독점’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면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론화했다. 즉, 정치적 배제,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차별을 유지하는 구조를 정치적 독점, 경제적 독점, 사회적 독점으로 개념화했다. 독재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의 독점이 결합되어 있는 일종의 ‘독점 복합체(複合體)’인 셈이다.
기존의 많은 민주주의 이행론이나 공고화론은 주로 민주주의적 제도(선거 등)의 정착, 그러한 제도적 틀 내에서의 비적대적 경쟁구도 정착과 주기적 재생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문화와 행위양식의 관례화(慣例化) 등에 주목했다. 필자들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민주화 과정을 다층적·중층적 탈독점화 과정으로 파악한다. 과거 독재라는 정치적 형식 속에서 특정한 형태로 결합되어 있던 경제적·사회적 독점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적 형식 속에서 변형되면서 새로운 구조로 정착된다. 즉, 정치적 독점과 사회적·경제적 독점의 ‘독재적 결합(coupling)’이 해체(de-coupling)되고, 다시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형식 속에서 재결합(re-coupling)되는 ‘복합적 갈등’ 과정이야말로 민주화 이행 과정이라고 판단한다. 일종의 ‘탈독점론적 민주주의론’을 구성하는 방향에서 이론적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필자들은 기존 ‘민주주의론의 급진적 확장(급진민주주의)’이라는 개념을 선취한다.
‘민주주의 공동화’ 대 ‘민주주의 사회화’
민주화 과정에서의 갈등과 투쟁은 독재하에서 특정하게 구축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독점의 변형적 재편과 해체적 재편이 서로 각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독재가 없어지고 민주주의가 실현된 결과는 주기적으로 자신을 소외시킬 ‘대표자’를 선택하는 체제가 들어선 데 불과하다. 이제 과거 독재적 독점구조는 해체되었지만, 돌아온 것은 민주주의적 외양을 띤, 시장을 통해 더욱 가혹하게 작동하는 체제였다. ‘민주주의 공동화(空洞化)’는 이처럼 민주주의적 독점이나 시장적 독점의 출현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가령 한국에서 직선제가 회복되었지만 사회 양극화나 소득분배 양극화, 비정규직화, 대학생들의 더욱 높아진 실업률 등으로 상징되는 문제에 직면한 것을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들은 민주주의 공동화에 대립하는 개념을 ‘민주주의 사회화(社會化)’라고 표현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주체인 사회 구성원들(과 그들로 이뤄지는 사회)의 요구와 정치의 괴리가 극복되면서 사회경제적 하위주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층적인 탈독점화와 평등화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독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안정화를 가져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 사회화가 얼마나 진전되는지에 달렸다고 본다. 필자들이 간명하게 표현한 ‘탈독점화 없이 민주주의 공고화 없다’, ‘사회화 없이 민주화 없다’, ‘민주주의 사회화 없이 민주주의 공고화 없다’라는 표현은 현실의 질곡을 극복하기 위한 기초 테제인 셈이다.
사회 중심론적 민주주의론 재구축
필자들은 여기에 더해 민주주의를 구성해가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즉, ‘민주주의는 고정화된 특정한 정치제도가 아니라 다층적인 사회적·계급적 각축에 의한 구성물’이라는 점을 새롭게 이론화시키고자 한다. 가령 초기 미국 민주주의에서 흑인은 민주주의적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었다. 비록 시민권 투쟁을 통해 정치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과정은 여전히 완결되지 못했다. 2008년 3월 흑인 인종 문제가 쟁점화되었을 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오바마(Barack H. Obama)가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미완성’을 이야기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체에 대한 논의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론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민(사회)를 중심에 두는 필자들의 논의에 따르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되면서 독재하에서 특정하게 구조화된 정치가 시민사회의 저항적 활성화와 민중의 주체화에 따라 위기에 처함으로써 (기존의 독재적) 정치와 (저항적으로 활성화된) (시민)사회의 괴리가 커졌을 때, 시민사회가 기존 정치를 재구조화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최장집의 문제 설정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제도정치를 ‘특정한 사회적·계급적 지형 내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적 행위’라고 규정한다면, 사회운동은 그러한 지형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시민사회와 민중 부문의 다양한 활동과 투쟁)은 민주주의의 두 축이다. 필자들은 이 양자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가 중요하며, 최장집이 말한 대로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통상 제도정치의 영역과 역할도 넓어져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 단계에 있어 제도정치가 불구화되고, 폭넓은 사회적 갈등을 담아낼 제도정치 정상화가 지체되고 있다면, 사회적·계급적 역관계, 시민사회 내의 여러 집단 간 관계, ‘제도정치와 사회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학’이 아니라 ‘일반학’으로서의 아시아 연구
필자들은 비교사회적 시각으로 여러 아시아 나라에 접근하고자 한다. 그간 아시아를 ‘특수 지역학’이 아니라 ‘일반학’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접근하려는 시도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몹시 드물었다. 한국 사회 연구와 아시아 연구는 두 개의 분리된 개별 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연구는 아시아 비교연구를 통해 더욱더 일반적·객관적 연구가 될 수 있으며, 아시아 지역연구는 한국 연구와의 비교 속에서 서구와는 다른 새로운 비교 준거를 지니게 된다. 이제 한국 연구에서도 아시아가 ‘내부화’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필자들의 시도는 그 소중한 첫걸음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우리의 현실을 서구 이론과 서구의 역사적 현실에 비춰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식민지·냉전·개발독재·민주화·세계화 경험은 서구적 시각만이 아니라 아시아적 시각에서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한국적 현실의 일반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아시아를 비교 대상으로 설정한 필자들의 시도는 한국 사회과학계에 만연한 일종의 ‘한국 예외주의(the Korean exceptionalism)’적 인식에 일침을 가한다.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총서>의 연구 설계
『복합적 갈등 속의 한국 민주주의』와 『복합적 갈등 속의 아시아 민주주의』는 다년간 연구의 1차년도 결과물이다. 먼저 이 연구는 한국 연구팀과 아시아 연구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연구는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에서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민주화 과정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독점의 재편에서 시작해 사회적·경제적 독점의 재편을 연구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정치적·경제적 탈독점화를 추동하는 동력으로서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변화 과정을 분석한다. 2단계에서는 이러한 민주화의 본질적 측면으로서 독점이 변화되는 과정에 대한 경험적 지표를 분석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치적 독점/탈독점 지표’, ‘경제적 독점/탈독점 지표’, ‘사회적 독점/탈독점 지표’를 개발해 이를 한국과 아시아 사례들에 적용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위와 같은 부문별 지표를 종합하는 ‘아시아 민주주의 비교 지표’를 개발함과 동시에 1단계와 2단계 연구를 기초로 현대 민주주의론을 재구축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필자들이 이 연구를 통해서 이루려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과 아시아의 민주화 과정은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역동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는 적절하게 분석될 수 없다는 가설적 전제(‘운동에 의한, 아래로부터 민주화’)하에,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을 추동력으로 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변동 및 각 영역에서의 ‘독점’이 변형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해명한다. 둘째, 기존의 민주주의론에서 간과된 ‘사회적 독점’을 비롯한 다층적인 독점 지표를 개발하고 이의 체계적 종합으로서 ‘아시아 민주주의 지표’를 개발한다. 이를 기초로 민주주의의 세계적 병목·교착 상황을 이론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각 사례들과 유럽의 앞선 경험 등을 비교해보고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관계론’을 아시아의 경험적 사실에 비춰 재구성한다. 셋째,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관계론’의 아시아적 재구성, 정치경제학적 독점 연구, 민주주의 이행론을 접목함으로써 현대 민주주의론의 설득력을 높이고자 한다. 즉, 정치적 독점과 경제적·사회적 독점의 연관 관계와 시민사회의 활성화 정도, 사회운동의 역동성 정도를 한국과 아시아의 경험에 비춰 재구성함으로써 기존 민주주의론을 넘어서면서도 보편성을 갖는 ‘한국 민주주의학’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복합적 갈등 속의 아시아 민주주의』
이 책에서는 많은 아시아 나라들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도정에 올랐지만 시장권력과 자본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포획되었다는 현실에 주목한다. 필자들은 이를 분석하기 위한 개념 틀로서 우선 정치적 독점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여러 사례들을 ‘정치적 신과두제(new oligarchy)’와 정치적 ‘포스트-과두제(post-oligarchy)’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과거 정치적 독점의 해체수준이 낮아 독재하에서 정치적 기득권을 누리던 세력이 민주화된 뒤에도 광범한 권력을 보유한 사례유형이고, 후자는 정치적 독점의 해체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반독재 중도자유주의 세력이 경쟁적 집단이 되면서 정치권력 교대까지 이루어지는 사례유형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타이, 대만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현실적 경험들을 분석한다.
총론격인 제1장에서 조희연은 아시아의 여러 사례들을 다루기 위해 기존의 민주주의론에서는 공고화 단계로 파악되는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경험적 현실에서는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 복합적인 역동성의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민주주의론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정치적 독점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독점이 경제적·사회적 독점과 연결된 양태와 시민사회의 저항적·주체적 활성화라는 관점에 입각해 민주주의론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안의 보편성을 이론화하지 못했던 학문적 현실을 넘어서야 할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기존의 민주화 이행론과 민주주의 공고화론을 요약해서 설명하고 그 한계와 문제점을 파헤친다.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고전적 정의들을 재검토하면서 정치적 권력의 독점 상태에서 탈독점 상태로의 이행을 민주화로 정의하고, 동시에 시민사회의 활성화에 의한 사회운동이 민주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증하고 있다.
제2장에서 박윤철은 대만 사회가 권위주의 당국체제의 폭압적 정치체제를 극복하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민주적 제도를 확립했다는 점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치권력이 다원화되는 한편, 시민사회의 역량 증대와 함께 시민사회 내의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대만 사회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갈등을 만성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박윤철의 글은 먼저 대만 권위주의 당국체제하에서 작동했던 정치사회적 독점구조의 본질을 기술하고, 이러한 독점구조가 정치사회적 조건의 변화와 압력하에서 어떠한 균열구조를 드러내는가를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균열구조가 탈독점화를 통한 민주주의로의 이행의 시발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존의 독점구조가 새로운 정치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재구조화되거나 변형되는 현상의 표출에 불과한지를 진단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정치적 독점이 해체된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독점의 해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를 보여주는 중요한 논의이다.
제3장에서 박승우는 1907년부터 선거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었다는 점에서 아시아에서는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 필리핀을 민주화된 나라로 부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1986년 민중혁명을 통해 마르코스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아키노 정권이 등장한 이후, 한 번도 자유·공정 선거가 중단되거나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선 적이 없다. 하지만 박승우는 이를 두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었다거나 또는 민주주의로 이행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필리핀에서 포스트 마르코스하에서도 정치적 독점이 지속되는 이유와 정치적 독점을 해체하려는 필리핀 시민사회의 노력과 한계를 규명함으로써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서구 민주주의 이론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필리핀의 역사적·문화적·사회구조적 특수성을 경험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아시아 민주주의론, 나아가서는 민주주의 일반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논의를 제공한다.
제4장에서 박은홍은 타이 민주주의의 문제를 군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1932년 절대왕정 체제에서 입헌 체제로의 전환 이후 군부는 정부의 최고위직을 차지해왔고 군부에 의한 정치적 개입과 독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타이의 민주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즉, 공산 반군과의 교전과 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고, 국왕과의 적극적인 동맹을 취하고 있는 군부를 이해하는 것이 타이의 정치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는 것이다.
제5장에서 이홍균은 독일과 일본이 자본주의의 발달 정도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역사적 배경 등에 있어 비슷한 과정을 밟았음에도 국가사회주의나 군국주의의 해체, 즉 정치적 독점의 해체에서는 전혀 다른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밝힌다. 그는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전후 연합국에 의한 정치적 독점 해체 정도의 차이와 전후 두 나라의 정당정치 제도의 차이에서 발견한다.
두 나라의 정치적 독점에 대한 연합군의 비자발적인 해체 과정과 연합군의 점령이 종결된 이후 두 나라에서 이루어진 자발적인 해체 과정에서 일본은 독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해체를 보이고 있다. 군정 시기 독일의 ‘과거’가 철저하게 공개된 반면, 일본의 점령군은 상대적으로 ‘과거’를 파헤치지 못했고, 연합군의 점령이 종결된 이후 이루어진 자발적인 해체에서도 독일의 정당정치제도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했지만, 일본의 정당정치제도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는 제도를 구축했다. 그의 연구는 정치의 연속과 단절, 정치적 독점의 해체와 정치적 독점의 지속이 외부의 개입이나 내부의 반성에 따라 각각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제6장에서 허성우는 민주화 논의에서 젠더 불평등 관계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음을 지적한다. 그녀는 민주화의 제3의 물결에서 여성들은 민주주의가 좀 더 평등한 삶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하며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나 민주화 이후 정치·사회적 참여에서 오히려 광범한 배제를 경험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젠더 없는 민주주의는 불완전하며 젠더 평등이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젠더 주류화의 전략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를 필리핀 사례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허성우의 연구는 스스로 지적하듯 민주주의와 젠더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아시아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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