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숙인 분노케했다
22일 서울역 노숙인과 경찰 대치 문제점 밝혀져
22일, 서울역에서 발생한 노숙인 사망사건과 그에 따른 경찰과 노숙인들 간의 충
돌 과정에서 관련 당국의 잘못이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서 경찰과 노숙인들을 중
재했던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아래 노실사)'이 25일 발표한 당시
의 경위와 입장은 당국이 '노숙인의 인권을 철저히 도외시'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노실사에 따르면 22일 오후 서울역 몇 몇 노숙인들 사이에서 "또 한 명이 죽었다"
는 소문으로 울분을 삭이고 있었는데 역무원이 한 노숙인을 짐수레(가로80cm / 세
로130cm)에 실어 동편에서 서편으로 옮기는 것이 목도되었다.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이동현 씨는 "위독한 사람에겐 호흡 유지가 가장 일차적인 응
급처치임에도 불구하고 짐짝처럼 실어 나른 것은 초동 응급처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며 "이 광경은 노숙인들에게 시신을 짐짝처럼 실어나르는 것처럼 보였고, 많
은 노숙인을 흥분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노숙인 사이에서 "노숙인이 철도공안에
맞아 죽었다"는 말이 급속도로 퍼졌고 1백여 명이 넘는 이들이 역내에 모여들어
경찰과 대치하게 된 것. 노실사를 비롯한 노숙인 단체 활동가들은 중재를 통해 △
노숙인 건강상태를 잘 아는 의료단체 의사가 와서 1차적으로 검안할 것과 △협의
가 마무리될 때까지 강제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옮겨 노숙인들을 자극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활동가들이 남대문 경찰서장 등과 협상하고 있는 사이 시신이 전
격 빼돌려졌고 2백여 명으로 불어난 노숙자들은 이를 강하게 항의하며 역내 집기
를 내던지고 경찰과 충돌했다.
노실사 대표 문헌준 씨는 이번 사건이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의 용의자 지목 및
동절기 동사 방지를 명목으로 관할 구역에서 노숙자들을 오히려 몰아내는 단속 강
화 등으로 인해 노숙인들이 관련 당국에 대한 불만이 매우 고조된 와중에 철도청
과 경찰이 이들을 무시하는 일련의 행동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사건이 보도된 후 서울시에서 흘러나오는 '강제수용'에 대해서도 비판은 거세다.
이동현 씨는 노숙인들을 쉼터마저 거부하고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몰아가
는 일부 여론에 대해 "노숙인 중 50% 이상은 이미 쉼터를 경험했다. 현재 1인당
1.4평 확보가 고작이며 이는 법률에서 규정하는 '4평'에 턱없이 못미친다. 성북구의
한 쉼터의 경우 25명 정원에 20명이 입소해 있는데도 잘 때 어깨가 포개진다"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전한다. 또한 "쉼터 이후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전혀 없고 통
신, 외출, 사생활 등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노숙인들은 체념하는 심정으
로 거리로 다시 모여든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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